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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철학

플라톤 동굴의 비유와 이데아의 세계

by EDMBLACKBOX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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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Plato)

2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서양철학에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사상의 체계를 세운 철학자로는 5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대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 근대의 칸트와 헤겔이 있습니다. 이 다섯 명의 철학자가 아주 저명한 철학자들입니다. 니체나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도 많지만 철학의 체계를 세웠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결정적으로 등장한 지 아직 100~20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철학에서는 적어도 500~600년 정도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인정을 받습니다.

 

 

플라톤 동굴의 비유

플라톤은 현실세계 말고 또 다른 이데아의 세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국가'에서 제시한 동굴의 비유로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사지가 묶여 뒤를 돌아볼 수 조차 없는 상태로 동굴 속에 갇혀 있다고 합시다. 사람들 뒤에는 횃불이 있고, 그 앞에는 높은 담이 있습니다. 담의 뒤편에는 사물이나 동물의 모형이 있는데, 묶여 있는 사람들은 횃불에 의해 생긴 모형의 그림자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 동굴 속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보는 그림자의 세계를 진짜 세계라고 착각합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사슬에서 풀려나 동굴 밖으로 나갑니다. 그는 눈이 부셔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물들과 동물들을 직접 보게 되고 달과 별도 보고 태양까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태까지 자신이 동굴 속에서 본 것들이 진짜 사물이 아니라 사물의 그림자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사람은 다시 동굴로 돌아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건 그림자에 불과해. 진짜는 이렇지 않아. 나랑 밖에 나가면 보여줄게" 동굴 안의 사람들은 밖에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이렇게 답해줍니다. "저거 안 보여? 저렇게 생생하게 보이는 것이 그림자라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입니다. 동굴 안에 있던 사람들은 동굴 밖은 위험하다고 주장합니다. 이게 바로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우화입니다.

 

여기서 동굴 안은 가짜 세계이고, 동굴 밖이 진짜 세계입니다. 동굴 안은 현실세계이고, 동굴 밖은 이데아 세계입니다. 동굴 안은 인간의 감각으로 경험하는 가시계(visible world)이고, 동굴 밖은 인간의 이성으로 인지하는 가지계(intelligible world)입니다. 플라톤은 감각으로 경험하는 현실세계는 가짜 세계이고, 이성으로 인지하는 이데아의 세계만이 진짜 세계라고 보았습니다.

 

 

플라톤과 매트릭스

영화 '매트릭스'의 배경은 먼 미래, 기계가 사람들을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기계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인큐베이터에 가둬놓고 키웁니다. 이때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들의 두뇌에 직접 데이터 라인을 꽂아 가짜 감각정보를 주입합니다. 사람들은 기계들이 준 가짜 감각정보를 진짜 세계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세계는 가짜 세계, 즉 매트릭스의 세계입니다. 모피어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가상의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주인공 앤더슨을 찾아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영화 매트릭스 중 빨간약과 파란약을 선택하는 장면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침대에서 깨어나 네가 믿고 싶은 대로 지금처럼 계속 살아가면 돼, 빨간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게 되지 매트릭스 밖의 세계로 나가 현실을 보는 것이지"

 

결국 앤더슨은 빨간약을 선택하고, 매트릭스 밖으로 나와 진짜 세계를 보게 됩니다. 태양 빛이 완전히 차단된 폐허가 되어버린 세계였습니다.

 

과연 어떤 것이 가짜 세계이고 어떤 것이 진짜 세계일까요?  재밌는 예를 들어 길을 지나가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 "도를 아십니까?"라고 말하면서 빨간약을 내밀고는, 이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과연 그 약을 먹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이 매트릭스 세계에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먹을 겁니다. 그런데 매트릭스 세계를 벗어나 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매트릭스 세계 안에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일단 매트릭스 세계를 벗어나 본 사람만이 자신이 매트릭스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빨간약을 먹고 매트릭스 밖으로 나갔더라도, 그곳이 제2의 매트릭스 세계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꿈속의 꿈처럼 말입니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 세계 밖으로 나갔는데, 매트릭스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짜 세계이고, 매트릭스 밖이 가짜 세계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플라톤의 인식론

감각 세계 VS 이성 세계

서양철학의 역사에서 면면히 흐르는 가장 큰 흐름이 바로 '이성의 눈으로 꿰뚫어 봐야 진짜 세계를 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성의 눈으로 꿰뚫어 보는 세계가 진짜 세계인 이유는 이성의 목소리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실 감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넘어져서 다치면 아프고, 얼음을 만지면 차갑고, 청양고추를 먹으면 맵습니다. 우리는 만져보고 먹어보고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성은 이성을 통해 진실을 볼 수 있으니 믿으라고 하고, 감각은 감각을 통해 진실을 볼 수 있다고 믿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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