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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철학

노예 소년의 기하학(feat. 소크라테스 산파술과 상기설)

by EDMBLACKBOX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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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Socrate)

세계 4대 성인으로 보통 예수, 석가, 소크라테스, 공자 이렇게 4명을 꼽습니다. 이 4대 성인은 글을 쓰지 않았고, 제자들이 그들의 사상과 언행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술고래이자 토론의 달인이었던 소크라테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한복판에 있는 아고라(광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논쟁과 토론을 즐겼다고 합니다. 술을 엄청 마셨는데 한번 마시면 끝이 없었지만 취한 걸 본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부인인 크산티페는 악처라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소크라테스가 돈은 안 벌고 철학을 한답시고 길거리에서 논쟁만 벌이자, 하루는 물바가지를 씌우기도 했답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좋은 부인을 만나면 행복해질 수 있고, 나쁜 부인을 만나면 철학자가 될 수 있으니 결혼하라고 조언했답니다.

 

물론 크산티페에게도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이 많았는데 가르쳐주기만 하고 돈은 한 푼도 안 받는 데다가 술을 엄청 좋아해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마셔대니 아내인 크산티페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여유가 없는데도 왜 돈을 안 받았을지 의문입니다. 그는 자기가 가르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사람들은 이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잊어버린 것인데 자기는 그 지식을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라고 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가르치는 이런 방식에 '산파술'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소크라테스와 노예 소년 이야기

노예 소년의 기하학적 지식 발견

어느 날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북부 테살리아 지방의 귀족 청년인 메논에게 "사람들은 이미 지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메논은 어떻게 배우지도 않은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메논을 설득하기 위해 기하학을 한 버도 배운 적 없는 노예 소년을 불러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각형 예시(4m 정사각형)

소크라테스 : 저 노예 소년도 기하학을 알고 있다.

메논 : 노예 소년이 기하학을 알고 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소크라테스 : 내가 바닥에 그리는 것을 봐라. 사각형을 그릴 거고, 여기 한 변의 길이가 2미터 짜리면 이 사각형의 면적은 얼마나 될까?

소년 : 4제곱미터요

소크라테스 : 오, 똑똑하구나. 그러면 이 사각형 면적의 두 배가 되는 사각형이 있다고 하자. 면적이 8제곱미터가 되는 사각형 말이야. 그 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얼마일 것 같니?

소년 : 면적이 두 배면... 음, 변의 길이로 두 배인가요?

소크라테스 : 아니지, 한 변의 길이가 두 배가 되면 이 그림처럼 면적이 커지잖아? 이것은 면적이 얼마일까?

소년 : 음, 이건 4제곱미터가 4개니까 16제곱미터인데요.

소크라테스 : 그럼 아까 사각형 면적의 네 배가 됐지? 그러면 처음 그린 사각형 면적의 두 배가 되려면 변의 길이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소년 : 모르겠어요

소크라테스 : 그러면 큰 사각형을 이렇게 자르면 면적이 얼마지?

소년 : 16제곱미터의 절반이니까 8제곱미터요

소크라테스 : 그러면 방금의 사각형을 떼어내 만든 이 사각형의 면적은 얼마지?

소년 : 이건 앞의 삼각형과 같으니까 8제곱미터요. 아, 그러고 보니 면적이 8제곱미터가 되는 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가 면적이 4제곱미터인 사각형의 대각선이네요.

소크라테스 : (메논을 바로 보며) 보세요, 이 소년은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메논 : 그렇네요...

 

 

소크라테스의 주장은 자신이 노예 소년에게 기하학적 지식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노예 소년이 이미 알고 있는 기하학적 지식을 단지 상기시켜 주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상기설'이라고 합니다. 교육이란 철학자들이 새로운 것을 가츠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지만 잊고 있는 보편적인 지식, 진리를 상기하게 돕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인간 중심의 철학

소크라테스가 말하고자 한 철학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은 기원전 6세기에서 기원전 4세기 소아시아에서 등장한 자연철학이었습니다. 자연철학자들은 자연에 주목하고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를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문명이 한창 꽃을 피울 때, 철학은 본격적으로 '인간'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중해 무역으로 상업이 발전하고 부를 쌓은 평민층이 늘어나며 시민 민주주의가 등장해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간 중심 철학'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 첫발을 디딘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관심을 인간 세계에 두고, 참된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리가 무엇인지를 탐구했습니다. 소크라테스에 와서 철학은 비로소 인간학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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