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세계사

아메리카의 탄생 - 유럽의 콘도미니엄이 된 신대륙

by EDMBLACKBOX 2021. 11. 7.
반응형

아메리카(America)

콜론이 인도를 발견했다고 흥분하며 에스파냐로 돌아오자 일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 인도에 닿을 수 있다고 여겼는데 콜론의 항해는 예상한 것보다 너무 짧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동방 세계에 대한 그 시대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나오는 아시아 세계와 콜론이 기술한 '인도'에 관한 내용이 매우 달랐기에 그런 의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풍조를 잘 이용한 인물이 아메리고 베스푸치입니다. 베스푸치는 콜론이 인디아스라고 부른 땅이 실은 인도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대륙 인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메리카로 굳어지는 대륙 이름

1507년 도서 박람회에서 세계 지도를 첨부한 '지리학 입문'을 펴내면서 지도 제작자 발트제뮐러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지구 상의 대륙 탐사가 광범하게 이루어졌고 이제 넷째 대륙을 아메리쿠스 베스푸치우스가 발견했다. 유로파와 아시아도 여성 이름이므로 이 대륙을 발견한 아메리쿠스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게 혹은 아메리카로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발트제뮐러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전통과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발견에 근거하여 제작된 세계전도

이 지도에는 현재의 남아메리카 일대를 아메리카라고 표시했고 북아메리카 지역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라고 남겨 두었습니다. 발트제뮐러는 나중에 이를 후회하며 최초 발견자도 아닌 베스푸치에게 지나친 영예가 가는 것을 우려하여 '아메리카'란 이름 대신 '미지의 땅'으로 다시 고쳐서 지도를 펴냈으나, 유명한 지도 제작자 메르카토르가 1538년에 세계 지도를 펴내면서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를 합쳐서 아메리카로 표기한 이래 되돌릴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르기 쉬운 단어인 아메리카의 어감도 이 명칭이 널리 퍼지는 데 한몫했습니다.

 

 

1552년 무렵 카를로스 1세가 지휘하던 상비군은 15만 명에 달했는데 이 막대한 군대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흘러들어오는 금과 은 덕분이었습니다. 포토시(Potosi) 은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현재는 볼리비아의 영토인 포토시는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던 시절 '꿈의 도시'라 불렸는데, 1500년대 중반부터 무한정 쏟아져 나오던 은 때문입니다. 포토시의 번영기에는 말발굽도 은으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돈 키호테'에 "포토시만큼 가치 있는"이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에스파냐로 금은이 대량으로 유입됐지만 방만한 재정 운영 때문에 에스파냐 왕실은 결국 빚더미에 앉고 말았습니다. 에스파냐는 그저 은이 지나가는 통로였을 뿐 실질적 이익은 다른 나라들이 누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가들을 현대의 이름으로 바꾸면 네덜란드가 30퍼센트, 프랑스가 25퍼센트, 이탈리아가 20퍼센트, 영국과 도이칠란트가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익을 챙겼고, 그 미미한 나머지 돈만 에스파냐에 머물렀습니다. 콘도미니엄은 '공동(Con)'의 '소유물(Dominium)'을 가리키는 말인데 당시 라틴아메리카야말로 유럽 국가들의 콘도미니엄이었습니다. 공동 소유했고 돌아가며 사용했던 것입니다.

 

 

계속하여 바뀌는 소유주와 고통받는 원주민들

라틴아메리카라는 명칭은 북아메리카에서 영국의 영향력이 강해지자 앵글로색슨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중앙아메리카 이남으로 미국의 지배권이 미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프랑스가 만들어 널리 퍼뜨린 명칭입니다.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인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여 '이베로 아메리카'라고 부르거나 에스파냐의 영향을 부각하여 '히스패닉 아메리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름이 어떠하고 실질 지배권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해를 입고 고통받는 쪽은 늘 아메리카 원주민이었습니다.

 

 

미국 의회 도서관 내부 모습

비유하자면 에스파냐라는 전문 경영자가 아메리카 식민지라는 현지 법인을 열심히 경영하여 막대한 수익을 낸 다음 대주주인 유럽 국가들에게 배당금을 돌려주고 자신도 보너스 급여를 받았다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습니다. 대주주 순위만 바뀔 뿐 주주총회 참석자는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는 다른 주주와 경쟁을 피하고 고수익을 올리려고 동남아시아 일대로 눈을 돌려 투자했지만 여전히 투자 금액만큼 아메리카에 대한 지배권도 쥐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카의 실소유주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에서 영국과 프랑스로 그리고 네덜란드와 미국으로 소유권이 이양되고 이전되었습니다. 19000년대부터는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의 경영과 소유를 독점했습니다. 2003년 미국 의회 도서관은 도이칠란트 정부에 1천만 달러를 주고 아메리카를 명시한 발트제뮐러의 지도를 사들였습니다. 가로 125센티미터에 세로 228센티인 아메리카 대륙의 출생증명서가 현 아메리카의 실소유주에게 전달된 것입니다.

 

 

아메리카(America)

아메리카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합쳐 대륙의 이름입니다. 아메리카는 남북이 매우 좁은 파나마 지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척 민족의 비율에 따라 북부 아메리카는 앵글로아메리카, 남부 아메리카는 라틴아메리카라고 불립니다. 신항로 개척 때의 유럽계 개척자들의 유입으로 인하여 현재 토착 원주민들은 거의 멸족에 비슷하게 가까운 상태로, 특히 원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민족은 더더욱 남아있지 않은 상황으로 보호 지정되어 있습니다. 면적은 약 4,255만 제곱킬로미터로, 지구 표면적의 8.3%, 육지 면적의 28.4%에 해당합니다. 2016년 미주 인구는 세계 총인구(74억 명)의 13.9%인 약 10억 3,500만여 명입니다.

728x90
반응형

'역사 > 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메리카 대륙의 정복  (0) 2021.12.19
에스파냐, 잘못된 항로 선택의 결과  (0) 2021.10.06
강력한 해양 제국, 포르투갈  (0) 2021.09.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