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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철학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의 영원불변한 세계

by EDMBLACKBOX 2021.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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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의 철학(Parmenides Philosophy)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에 대하여

파르메니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입니다. 엘레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이탈리아 남부의 엘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진리의 바탕은 바로 이성인데, 이성에 의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자연에 대하여'라는 철학 시를 지었으나 일부분만이 남아 있습니다. 크세노파네스의 제자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스승을 크세노파네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의하면, 파르메니데스는 가난하였지만 훌륭한 아메이니아스와 사귀어 그의 지론을 신봉하였고 조용한 생활을 보냈다고 합니다. 판아테나이아 '대제'에 엘레아의 제논과 더불어 아테네에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고령이었고, 젊은 소크라테스와 만났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파르메니데스' 중에서 "짐작하건대 모든 점에서 고귀하고 무언지 모를 심오한 것이 있었다"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하였습니다.

 

 

고대 철학자들의 아르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관심은 아르케(Arche)였습니다. 아르케란 만물을 지배하는 우주의 근본 원리로,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탈레스는 아르케를 '물'이라 하였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하였습니다.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는 아르케를 '원자'라고 하고, 엠페도클레스는 '물, 불, 흙, 공기'와 같이 4 원소로 보았습니다. 이들 모두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아르케를 찾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파르메니데스의 생각은 살짝 달랐습니다. 그는 아르케를 찾기 위해 자연을 관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하는 생각만으로 만물의 근원을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와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의 차이

철학계에도 라이벌 구도는 존재하였습니다. 최초의 라이벌로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고대 그리스 최대의 무역 도시국가였던 에페소스 태생이고, 파르메니데스는 작고 조용한 변방의 도시국가 엘레아 출생이었습니다. 둘의 생각은 거주 환경만큼 아주 달랐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이 변한다"라고 주장하였고,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라고 했습니다. 즉, 헤라클레이토스는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고, 파르메니데스는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이 보기에 세계는 항상 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파르메니데스는 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일까요?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라며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부 허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것조차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르메니데스는 감각으로만 보면 얼음이 녹아 물로 변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성을 통하여 꿰뚫어 보면 변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예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이 한 잔 있었는데, 지금은 차가운 물이 되었다고 가정합니다. 원래 있던 '뜨거운 물'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릅니다.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물이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바뀌어도 차가운 물이나 뜨거운 물, 모두 그냥 똑같은 물이므로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에 따르면 물질의 운동도 불가능합니다. 물이 이동하려면 대기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빈 공간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니, 이 물은 공간이 없으므로 어느 방향으로든 이동할 수 없습니다. 그의 생각은 물이 이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허상일 뿐이라고 본 것입니다.

 

다른 예시로 물과 돌멩이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물과 돌멩이가 왜 따로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물과 돌멩이가 따로 있으려면 둘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빈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없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결국 물과 돌멩이는 따로 존재할 수 없고, 하나라는 뜻이 됩니다. 이렇듯 파르메니데스는 세계를 영원불변한 단일체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오직 이성으로 세계를 바라봤던 파르메니데스

파르메니데스 철학은 이후 원자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학을 한 데모크리토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데모크리토스는 파르메니데스의 "있는 것은 있다"라는 주장에서 '있는 것'은 '원자'로 보고, "없는 것은 없다"라는 주장을 "그렇지만 빈 공간은 있다"로 수정하였습니다. 데모크리토스는 파르메니데스 철학의 영원불변한 단일체 대신 원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 원자들이 빈 공간을 이동하면서 이합집산하는 것이 세계의 모습이라고 보았습니다.

파르메니데스 -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 영원불변한 단일체

데모크리토스 - "원자는 있다. 그렇지만 빈 공간은 있다." - 여러 원자들

 

파르메니데스의 철학은 이후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파르메니데스는 이성을 통하여 세계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플라톤에 와서 이성을 통해서 이데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됩니다, 서양철학 전체는 플라톤의 그늘 아래 있으므로, 파르메니데스가 서양철학 전제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 그리고 서양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아래와 같습니다.

"감각이 주는 것은 거짓이다. 세계의 진짜 모습은 이성을 통하여 존재를 꿰뚫어 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철학자들이 아르케를 찾기 위해서 자연을 관찰할 때, 파르메니데스는 가만히 앉아 사색에 잠겼던 것이 바로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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