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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철학

버클리의 주관적 관념론 -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

by EDMBLACKBOX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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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사의 합리론과 경험론
서양철학사는 근대철학을 유럽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 경험론의 대립으로 설명합니다. 합리론은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로 이어지고, 경험론은 로크, 버클리, 흄으로 이어집니다. 합리론자들은 지식의 원천을 '인간의 이성'이라고 보았으며 경험론자들은 '경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합리론자들은 '인간의 타고난 이성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고, 경험론자들은 '인간은 어떻게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가?'에 주목했습니다.
물질과 정신, 어느 것이 먼저이고 진짜인지 말들이 많습니다. 17세기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성공회 주교인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 1685년~1753년)는 경험을 통하여 관념이 생긴다는 존 로크(John Locke - 1632년~1704년)의 기본적인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주관적 관념론으로까지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관념론이 무엇인지, 버클리와 로크의 이론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관념론(idealism)이란 무엇인가?
관념론은 실체 혹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실체는 근본적으로 정신적으로 구성되었거나 혹은 비물질적이라고 주장하는 철학적 입장입니다. 인식론에서 관념론은 정신으로부터 독립된 것을 인식할 가능성에 대한 회의로 나타납니다. 사회학적 측면에서 관념론은 인간의 생각, 특히 믿음과 가치가 사회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주안점을 둡니다. 존재론적 교의로서 관념론은 더 나아가, 모든 것은 마음이나 정신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합니다. 관념론은 "모든 것은 물질적으로 실제 한다"라고 보는 물리주의나 물리적 실체와 정신적 실체를 분리하여 파악하는 이원론의 주장은 모두 배척합니다.

 

관념론은 마음·정신·의식이 물질세계를 형성하는 기초 또는 근원이라고 주장은 유심론과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유심론이 유물론에 반하여 물질적 실재를 부정하는 것과 달리, 관념론은 실재론에 반하여 정신에 기반하지 않는 객관적 실재의 인식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이에서 더 나아가 물질세계가 마음, 정신 또는 의식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 또는 상념의 현현 또는 표상이라는 입장과 물질세계가 원인의 세계가 아닌 결과의 세계라는 입장으로 사물의 세계가 '본질적인' 실체 또는 실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만 '임시적인' 실제성만을 가진다고 보는 환영설도 관념론의 일부를 이룹니다.

 

관념론과 유물론 차이
관념론과 유물론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예시 문제로 이해해봅시다.
[예시 문제] 다음 중 진짜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1. 귤이라는 물질
2. 귤에 대한 관념
3. '귤이 맛있다'라는 생각
4. '귤을 먹고 싶다'는 욕구
5. 귤의 이데아
6. 귤이라는 보편자

 

위의 문제에서 생각하는 답변을 통하여 유물론자, 관념론자, 이원론자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유물론자라면 1번, 귤이라는 물질만 진짜로 존재한다고 답할 겁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물질만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의식, 정신, 생각, 욕구 등은 뇌라는 물질에서 나오는 부산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관념론자는 눈에 보이는 것은 가짜이고, 진짜로 존재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신일 수도 있고 이데아일 수도 있습니다. 이원론자는 물질과 정신이 둘 다 진짜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이원론자로는 데카르트(Rene Descartes)가 있습니다.

 

 

관념론과 실재론
[예시 문제] 어떤 사람이 귤을 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보고 있는 귤이 진짜로 그의 앞에 있는 것인가?
관념론 : 그의 머리에 떠오른 귤의 이미지는 그의 의식 속에 떠오른 관념입니다. 그의 의식 밖에 정말로 귤의 형상을 한 이런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떠오른 관념뿐입니다.
실재론 : 귤이 존재하니 그것을 본 사람의 의식에 그러한 관념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귤은 의식의 밖에 실재로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로크 - 경험을 통해서 관념이 생긴다.

로크(John Locke)의 인식론
어떤 사람이 귤을 보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는 귤에 대하여 '노랗다', '시큼하다', '동그랗다'라는 관념을 갖게 될 겁니다. 이러한 관념이 지식의 원재료가 됩니다. 그런데 모든 빛이 차단된다면 귤은 검게 보일 겁니다. 로크는 이처럼 조건과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는 색깔, 맛, 향기와 같은 주관적인 성질을 '2차 성질'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 관찰하든, 어떤 사람이 관찰하든 달라지지 않는 성질도 있습니다. 귤이 동그란 것은 어떤 조건에서 누가 관찰하든 마찬가지입니다. 로크는 이러한 객관적인 성질을 '1차 성질'이라고 했습니다.
1차 성질은 변하지 않는데 2차 성질이 변하는 이유는 1차 성질은 이 귤이 실제로 갖고 있지만 2차 성질은 나의 관념 속에 나타난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귤이 1차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떤 성질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로크의 입장은 인식론적으로 실재론이고, 2차 성질을 인정했기에 관념론적인 요소도 들어갑니다.

 

 

버클리의 주관적 관념론 -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
버클리는 1차 성질과 2차 성질을 구분할 수 없고, 모든 성질은 주관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어떤 것의 모양은 그 색깔과 배경색을 구분하면 알 수 있으므로, 색깔이 주관적이라면 모양도 주관적인 것입니다.
어떤 것의 모양은 그 색깔과 배경색을 구분하면 알 수 있으므로, 색깔이 주관적이라면 모양도 주관적인 것입니다. 이제 버클리의 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나타납니다. 버클리는 여기에 오컴의 면도날(어떤 사실에 대한 설명 중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을 적용하여 의식 밖에 존재하는 것을 없애버립니다. 이제 존재하는 것은 단지 관념뿐입니다. 버클리는 사물이 내 의식 외부에 존재한다고 가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의식에 나타난 관념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버클리 "모든 성질은 주관적이며, 존재하는 것은 관념뿐이다."

 

버클리의 철학을 정리하자면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입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지각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입장을 바로 주관적 관념론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버클리는 '지각되지 않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 버클리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정직한 결론이기는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는 각자의 관념 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는 외부에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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