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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철학

스피노자 범신론 - 자연이 곧 신이다

by EDMBLACKBOX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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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뤼흐 스피노자 초상화

합리주의자였던 스피노자

17세기 네덜란드에 살던 25세의 유대인 청년이 유대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에게 하나님의 저주가 내릴 것이라고 선언했고, 그는 지역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당했습니다. 그와 대화를 하거나 근처에 가는 것도 완전히 금지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암스테르담 근처 작은 마을의 외딴집으로 피신하여 렌즈 깎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철학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 교수로 초빙을 받았지만 거절했고, 44세의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사망했는데, 렌즈를 가공하면서 생긴 유리가루를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바뤼흐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1677)입니다.

 

 

스피노자의 철학 사상

스피노자의 생각으로는 신은 존재하며, 추상적이고 비개인적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스피노자의 신에 대한 관점은 찰스 하츠혼(Charles Hartshorne)이 고전적 범신론이라고 설명한 것입니다. 때문에 '신에 취한 사람'으로 불릴 만큼 신은 그의 철학에서 핵심적 개념이지만, 당대의 종교적 시각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되어 파문당해야 했습니다. 스피노자는 특히 그와는 반대 입장인 데카르트의 육체-정신 이원론과 관련되어 '에피쿠로스주의적 유물론자'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에피쿠로스주의자는 현대의 양자 역학에 대한 사상의 선상에서 확률적인 경로를 갖는 원자만이 유일한 실체라고 주장하였고, 스피노자는 유물론자인 동시에 의식의 일련의 상승화를 긍정하여 물질성(정열)과 의식성(방법적 회의에 기초한 치밀한 사유)을 구분하였으므로 에피쿠로스주의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의 논증은 스토아학파와 비슷하며, 현대 철학에서 일반적으로 스피노자의 철학은 현대에 부활한 스토아학파 사상의 연장선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스피노자의 체계는 '인정된 권위'에 저항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여 급진적 사상에 질서와 통합을 부여했습니다. 그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실체이며 우리를 둘러싸고 또한 우리가 그 일부인 실체를 통솔하는 질서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스피노자는 신과 자연을 같은 실체의 두 가지 이름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서양철학에서는 '실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실체란 '어떤 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테이블 위에 음식이 있고, 내가 '이 음식을 먹고 싶다'라고 생각했다고 가정합니다. 내 팔이 음식을 입으로 가져옵니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는 이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먼저 데카르트의 입장입니다. 데카르트는 물질과 정신,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봅니다(심신이원론).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팔이 입으로 음식을 가져옵니다. 데카르트는 이것이 몸과 마음이 두뇌의 '송과선'에서 만나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데카르트의 철학에 따르면 실체가 너무 많습니다. 신도 실체이며, 세상 온갖 물질도 실체고, 온갖 정신도 실체라고 봅니다. 우리의 몸(물질)과 마음(정신)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게다가 물질과 정신이 송과선에서 만난다는 것도 억지 같아 보입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물질은 공간 속에 있지만, 정신은 공간 속에 있지 않은데, 물질과 정신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스피노자의 일원론과 심신평행론

스피노자는 실체는 하나라고 생각하고(일원론), 그 하나인 실체가 '자연' 또는 '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피노자는 무신론자였기에, 이때 신은 종교적 의미의 신이 아니라 자연을 의미합니다(스피노자를 유신론자로 보는 해석도 분명 있음). 자연이 곧 신이라는 '범신론' 입장이며, 신성은 자연 속 도처에 있다는 뜻입니다. 스피노자는 물질과 정신은 하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서로 다른 방식일 뿐이라고 합니다. 자연이라는 실체가 연장, 즉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라는 속성과 사유(생각)라는 속성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연장과 사유는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그렇게 변화해서 나타나는 것이 물질과 관념인데, 이들을 양태라고 합니다. 이때 하나의 물질과 하나의 관념이 결합된 것이 바로 개별적인 사물들입니다.

 

 

스피노자의 실체 = 자연 = 신, 출처 : THE DIALOGUES

스피노자의 물질, 정신, 실체

그렇다면 실체에는 연장과 사유라는 속성밖에 없을지 의문이 듭니다. 실체는 무수히 많은 속성들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알 수 있는 속성은 연장과 사유뿐입니다. 만약 인간과 전혀 다른 인식 체계를 가진 외계인이라면 다른 속성들을 볼 수 있어 세계를 우리와 다른 식으로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즉, 스피노자에 따르면 '나'라는 실체는 '음식을 먹고 싶다'라는 정신으로도 드러나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나의 물질·신체의 운동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처럼 복잡하게 정신과 물질이 어디서 만날 필요가 없습니다. 데카르트는 물질과 정신이 상호작용을 한다고 한 반면, 스피노자는 물질과 정신이 병행해서 같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스피노자에게 물질과 정신은 같은 실체의 다른 모습일 뿐이니 병행해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스피노자의 명언 모음

- "사람들에게 뭐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부귀, 명성, 쾌락의 세 가지로 귀결된다. 사람은 이 세 가지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좋은 것은 거의 생각하지 못한다."

-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면 생각이 모두 다르다. 당신의 의견이 비록 옳아도 무리하게 남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사람은 모두 설득당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의견이란 못질과 같아서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자꾸 앞이 들어갈 뿐이다. 진리는 인내와 시간에 따라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 "음악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좋지만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그러나 귀머거리에게 음악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인 양 자신들의 예속을 위해 싸우고 한 사람의 허영을 위해 피와 목숨을 바치는 것을 수치가 아니라 최고의 영예라 믿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사람들이 넓은 의미에서 미신에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자만심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너무 높게 생각하는 데에서 생기는 쾌락이다."

-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그것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행되지 않는다."

- "자유로운 사람이란 죽음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 "증오라는 것이 사랑에 의해 완전히 정복되면 사랑으로 바뀐다. 그와 같은 사랑은 증오에 의해 선행되지 않았던 어떤 사랑보다도 훨씬 위대하다."

- "최고로 손꼽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좀처럼 되지 않아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옆에서 치켜세우는 겉치레에 더 잘 속아 넘어간다."

- "사람은 이성적 동물도, 신의 복사판도 아니다. 본능적 의지 또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추구하고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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