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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세계사

로마제국의 사회상

by EDMBLACKBOX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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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사회상

고대 그리스가 영웅과 천재의 힘으로 찬란한 시대를 열었다면 로마는 잘 짜인 조직, 즉 체제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 동안 유럽의 패권을 차지했습니다. 엄격한 징병제와 공정한 법률 집행, 합리적 관료제가 제국의 영광을 떠받쳤습니다.

 

로마제국의 병역제도
로마제국은 출신 성분보다는 현재 로마제국 시스템을 중시했습니다. 어디 출신인지 따지지 않았고 이민족을 로마인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재 채용에서도 개인의 특출한 개성이나 역량보다 로마제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다른 구성원과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응력이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로마의 집정관으로 지낸 마르쿠스 카토(기원전 234~149)는 로마인의 속성을 이렇게 파악했습니다.
"로마인은 각기 개성이 무척 다르다. 그러나 무리로 있을 때는 지도자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며 한 몸처럼 움직인다."
로마 군대도 당연히 여러 인종의 집합체였습니다. 그러나 로마 군대는 오합지졸과 거리가 멀었고, 체계적인 병사 육성 시스템과 훈련 프로그램 덕분에 농사를 짓다 징집된 사람도 몇 달에 걸친 훈련을 끝내면 능수능란한 전투병으로 바뀌었습니다.

군대는 트럼펫 소리의 고저음이나 장단음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주둔지를 옮길 때에도 보폭과 속도를 맞추어 이동했으므로 병사들로서는 무척 힘들었겠으나 이를 지켜보는 적들에게는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로마군은 각양각색인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그들에게 특기와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는 한편 승진 시스템을 공정하게 운영하여 병사들 간의 자유 경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습니다.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로마군의 엄격한 훈련 방식을 보았을 때 이렇게 감탄했습니다.
"로마군에게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투요, 전투는 피 흘리는 훈련이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로마를 선뜻 공격하지 못한 이유가 로마군의 철저한 병력 재생산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로마 중앙 정부가 5년마다 호구조사를 철저히 했으므로 군 복무를 피하는 건 원천적으로 차단됐으며 병력 수급은 늘 규칙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군대에서 진정한 국가의 힘이 나왔던 로마 군단병의 그림

로마군이 강했던 것은 특출난 장수의 역량이 아니라 군대의 힘 덕분이기는 하지만 장수들도 강했습니다. 전장에 부임한 젊고 참신한 지휘관들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탓에 때로 아마추어 같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젊은 지휘관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일반 병사들처럼 적진을 향해 돌진했고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그 공백은 새로운 지휘관들로 채워졌습니다. 장수에게 역량이 집중되면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능력을 발휘하기 쉽지만, 장수가 죽었을 때 자칫 군대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마군처럼 전문화한 시스템에서는 누가 지휘를 맡든 군사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늘 한결같은 전투력이 유지된다는 것은 적대국 입장에서는 무척 껄끄럽고 두려운 일입니다. 로마를 지킨 힘도 바로 거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로마의 시멘트 흔적
로마인들은 거대하고 정교한 수로 시스템을 건설하여 물을 관리했습니다. 물만 관리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을 조직적으로 관리했습니다. 로마는 정복지들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하여 작은 로마들을 계속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계획 도시인 로마의 건축 스타일은 다른 도시에도 똑같이 적용되었습니다. 도로, 시민의 토론 공간이자 상업 구역인 포룸, 행정 건물, 신전, 개선문, 원형 극장, 공중목욕탕 등이 로마와 거의 흡사하게 지어졌습니다. 석회석 가루와 모래, 물을 적정 비율로 섞어 으깬 다음 잘 말리면 아주 훌륭한 건축 자재인 시멘트가 됩니다. 시멘트를 고안한 곳이 로마입니다. 같은 모양의 거푸집에 시멘트 반죽을 넣어 찍어내면 똑같은 모양으로 신속하게 건축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로마에 살지 않아도 로마와 같은 시설에 살면 로마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깁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로마인들이 중요시했던 체제의 특성입니다.

로마 제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콜로세움, 출처 : 위키피디아

 

로마 제국의 쇠퇴
군대 조직이 약해지자 로마도 약해졌습니다. 238년경의 로마 군대 모습은 제국이 쇠락하는 징조처럼 보였습니다. 군인들은 아무 마을에 가서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숙식을 요구했고, 술에 취하거나 여자를 겁탈했습니다. 서로마가 맥없이 붕괴한 까닭은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 운영 탓이며, 동로마(비잔틴)가 천년을 존속한 것은 시스템을 잘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자유로워지기 위해 법률에 종속되는 것이다." 로마 시민들은 시스템에 종속되기를 기꺼이 선택하고 법률을 잘 지켰을 때 가장 강하고 자유로웠던 것입니다.

로마 제국의 멸망을 담은 회화, 출처 : 미국 뉴욕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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