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문명의 역사(피라미드, 스핑크스, 아누비스, 투탕카멘)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 상에서 문명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나간 지역 두 곳은 아프리카 중앙부에서 지중해 쪽으로 흘러가는 기나긴 나일 강 유역과, 메소포타미아와 이란 남부를 거쳐 멀리 인더스 강까지 이어지는 '초승달 지역'입니다. 중국의 황허 문명만 예외적으로 특수한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6,650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 나일은 고대 문명 시기에 해마다 범람하며 나일 계곡에 사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안겨줬다고 전해집니다.

르완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머나먼 상류부터 수단 등의 중류를 거치며 양분 많은 토양을 하류 지역에 풍부하게 날라다 줬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강의 경로만큼이나 다양한 영양분이 해마다 넉넉히 쌓여 평야는 밀과 보리 재배에 아주 적합했습니다. 대부분의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의 홍수량이 7.6~8미터 정도면 그해에 풍년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집트 벽화에 고양이 그림이 자주 나오는 까닭은 쥐가 파먹을 곡식이 여기저기에 넘쳤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습니다. 풍부한 농산물과 외침을 적게 받는 지형적 조건은 이집트만의 독특한 문명을 완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일강위 위치와 나일강 이미지, 출처 : 위키페디아

 

행운의 강에서 탄생한 문명들

이집트인들이 또 하나 깊게 생각했던 것은 사후 세계입니다. 피라미드를 비롯해 여러 신전과 미라, 엄청난 벽화와 상형 문자, 부장품 등은 모두 죽음 이후의 세계를 향한 이집트인들의 끝없는 기대, 예찬, 희망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세의 번영을 내세로 이어가고 싶어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농업을 뒷받침하는 태양은 하루를 주기로 정확하게 어둠 속에서 되살아나고, 1년을 주기로 정확하게 계절의 순환 및 재탄생을 경험시켰습니다. 그러므로 태양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다른 고대 문명과 달리 1년을 365일로 보는 태양력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기초로 나중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로 가져가 율리우스력으로 만들어 보급했다는 내용도 전해집니다. 나일 강은 나일 강대로 해마다 정확하게 7월이면 예측 가능한 수준만큼 범람했습니다.

이런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내세 지향이 아니라 현실의 행복을 내세까지 이어가려는 경향을 보여주는 내세 지향 종교가 유행하였습니다. 위로는 파라오부터 아래로는 신관과 귀족, 심지어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후 세계로 무사히 건너가 영생을 누리는 문제를 골몰하게 연구했습니다.

반면, 메소포타미아의 종교는 현세적이고 기복적인 성격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여기, 바로 현세에서 복을 구하려 했습니다. 내일과 장래를 기약할 만큼 삶과 조건이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티그리스 강이나 유프라테스 강은 상류에 홍수가 나면 며칠 뒤 하류 지역에 거칠고 무서운 범람을 가져왔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홍수를 '신의 징벌'이라고 불렀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신의 은총'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문명이 남아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유적, 출처 : HISTORY

 

깊고 깊은 이집트의 유적들

피라미드는 왕의 영생을 기원하는 건축물입니다. 왕이 죽은 뒤에도 그 죽음을 극복하고 이집트에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기원전 1550년부터 1075년까지의 신왕조 시대에 조성된 '왕가의 무덤'에서 발견된 문서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 태양 신의 아들인 왕이시여, 죽은 뒤 아버지 태양신에 이르기 위해 죽음의 세계를 여행하며 만나게 될 수많은 위험을 잘 극복하소서"

바로 죽은 왕의 몸에는 호신용 부적이 많이 붙여져 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죽은 뒤 왕조차 피할 수 없는 과정인 신의 심판(죽음에 관한)이 기다린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죽은 자는 사후 세계의 지배 신인 오시리스와 아누비스 앞으로 끌려가 자기 심장을 천칭의 한쪽에 올려놓아야 했습니다. 천칭의 다른 한쪽에는 놀랍게도 질서와 진리의 여신 마아트를 상징하는 깃털 하나만 올라갈 뿐이었습니다. 천칭이 균형을 이루면 죽은 자는 현세에서 고결한 삶을 살았다고 인정되어 오시리스의 환영을 받으며 사후 세계에서 영생을 누리고, 그렇지 않으면 혼은 공포의 괴물에게 먹혀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는 설정을 만들었습니다.

아누비스와 천칭(Balance), 출처 : 위키피디아

 

사후 세계를 향한 염원 속에서 투탕카멘 왕의 장대한 지하 분묘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부장품들이 무수히 지하에 묻혔습니다. 일상용품, 식품, 놀잇감, 가구, 옷 등과 같은 물품들 말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미라의 혼령이 나일 강 범람 때마다 되살아난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를 신성시하였습니다. 이집트 학자들은 대략 이집트 왕조 3천 년 동안 적게는 3천만 개, 많게는 1억 개에 이르는 미라가 만들어졌으리라고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2011년 5월에 전 세계 고고학자와 이집트 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한 연구소에서 적외선 영상으로 지하에 묻힌 이집트 피라미드 17기와 무덤 1천여 곳, 고대 거주지 3천여 곳을 찾아낸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유물은 땅속에 있는 유적의 0.1% 정도 규모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