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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철학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스티븐 와인버그의 인류원리

by EDMBLACKBOX 2021.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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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존재 이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 - 지구에 왜 지적인 생명체인 인간이 존재할까?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인데, 지구가 조금만 더 가까우면 너무 뜨거워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고, 조금이라도 더 멀면 너무 차가워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구와 태양이 아주 적절하게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 지적 생명체인 인간이 생겨날 수 있었습니다.

 

 

우주 존재의 이유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출현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가진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는 도대체 왜일까요? 이런 우주가 존재할 확률은 거의 0퍼센트에 가까운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3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신이 지적 생명체가 출현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가진 우주를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확률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답은 여러 가지 종류의 우주가 생겨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만물의 최소 단위에 대한 물리이론인 끈이론에 따르면, 생겨날 수 있는 우주의 종류가 10의 500승 개입니다. 이렇게 많은 우주 중에서 지적 생명체가 출현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가진 우주가 하나쯤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답이 바로 인류 원리입니다.

 

 

 

인류 원리(인간 중심 원리 - Anthropic Principle)

물리학에서, 인간 중심 원리는 다중 우주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중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허용하는 우주에 존재한다는 원리입니다. 다중 우주들에서는 서로 다른 물리 상수들이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는 별다른 복잡한 구조가 발생하지 않는, 매우 단순한 우주를 발생시킵니다. 이 원리를 사용하여,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의 물리 상수들이 왜 복잡한 구조를 허용하는 특별한 값들을 가지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라는 미국의 물리학자는 우수상수를 설명하기 위해 인류 원리를 내세웠습니다. 인류 원리에 따르면 지적 생명체가 출현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진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적 생명체인 인간이 이 우주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해를 위해서 아래의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천재 돌고래가 생각하는 바다의 존재 이유]

아주 머리가 좋은 천재 돌고래 한 마리가 동해에 살고 있다고 합시다. 이 돌고래가 왜 우주가 존재하는지, 왜 바다가 존재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수년간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이 우주에 돌고래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가진 바다가 존재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돌고래는 자기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살기 좋은 바다가 있는 게 너무 신기해서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이건 기적이야. 이런 바다가 존재할 확률은 거의 없는데." 만약 우리라면 돌고래에게 "그건 기적이 아니야. 그런 바다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네가 바다에 살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인류 원리에 반대하다

인류 원리에 대해 주목할 만한 반론을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 이런 의문이 왜 드는 것일까요? 인류 원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는 내가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할 것입니다. 내가 태어났으니 "내가 왜 태어났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나는 인간이므로 나는 인간이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인류 원리는 이처럼 동어반복인 하나 마나 한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강한 인류 원리와 약한 인류 원리

 

[강한 인류 원리]

강한 인류 원리는 많은 비판을 받고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을 계속 파고들면 결국 지적 설계자 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름 그대로 인류 원리의 기본 개념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우주는 어느 단계에 들어서면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관측자의 발생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즉, 우주가 인간의 탄생을 필연적으로 예고하며 그야말로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즉 우주의 모든 법칙들이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에 쏟아진 비판 중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왕 만들 거면 모든 곳에서 생명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왜 조그마한 행성, 그리고 그 행성 중에서도 아주 일부 영역에서만 생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나?" 그러고 보면 태양계만 하더라도 지구 외의 모든 공간은 생물에게 아주 치명적인 환경입니다.

 

[약한 인류 원리]

약한 인류 원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개념입니다. 다중우주론의 개념과 맞닿아있기도 하며 우주판 골디락스 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디락스 존이란 지구의 궤도와 같이 생명이 살기에 적절한 곳을 의미합니다. 골디락스라는 소녀가 뜨거운 수프와 차가운 수프, 미지근한 수프를 놓고 미지근한 수프를 맛있게 먹었다는 우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생명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우주는 어차피 생명이 탄생되지 못했을 테니 그 우주를 관측할 관측자 자체가 없다는 것이며 그렇다는 것은 이러한 고민을 하는 우리들 또한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 우주는 우연히도 생명에 우호적인 법칙의 우주이며 이에 따라 생명이 탄생하여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정교하게 우주가 짜인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다중우주가 아니라 우주가 하나뿐이라고 해도 어쨌든 우리는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니 그렇게 놀라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약한 인류 원리 또한 과학보다는 철학에 가깝습니다. 과학의 기본은 반증 가능해야 하지만 이것은 증거도 없고 반증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매력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과학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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